2-마사지 이직 그리고 자괴감

마사지 이직

마사지 이직 집 근처로 옮기다

30분짜리 발 마사지만 하면서 일하는 건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발 마사지 순서도 긴장해서 까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학원에서 배운 루틴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간혹 관리가 끝나고 내가 짠해 보였는지 몇몇 관리사들이 와서 그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다고 얘기를 해 주기도 했는데 그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돈 주고 배운 것도 손에 익지 않아서 어버버하는데 남이 알려준 걸 사용하면 더 뒤죽박죽될 것 같아서 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발 마사지만 계속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손의 움직임과 순서가 익숙해졌고 부드럽게 받는 외국인들의 성향 때문에 조금이나마 발 마사지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재미가 있어졌습니다. 발은 그렇다 치고 전신 마사지 또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샵에서는 다들 바쁘다 보니 연습을 부탁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내한테 연습했습니다. 실제 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높낮이 조절되는 접이식 마사지 베드도 사고 의자도 사고 마사지 유니폼도 2벌 사서 입혀 놓고 했지요. 또 온장고도 사고 수건도 사고 마사지 크림도 샀습니다. 마사지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마사지 후 온습포로 닦아내고 마무리하는 동작들의 끝 느낌도 중요하기에 연습할 겸 그냥 다 구입해버렸어요.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집사람을 주물러댔지만 신혼여행 가서 받은 마사지의 그 좋았던 느낌은 커녕 분명 똑같은 곳을 눌렀는데도 어떤 때는 아프다고 그러고 어떤 때는 안 아프다 그러고 어떤 때는 별 느낌도 없다고 그러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마사지를 평소에 받았던 사람이면 여러 가지 느낌들을 아니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받을 텐데 이건 뭐 그게 아니다 보니 내가 얻을 게 거의 없었습니다. 웃긴 건 무슨 남편이 누르는데도 긴장을 하눈지… 게다가 자기 몸인데도 몸에 힘을 뺀 건지 안 뺀 건지 내가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니 초보자 입장에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마사지 이직 연습

“여기 눌렀을 때 어때?”
“아파”
“좀 더 살살 눌러볼게. 지금 괜찮아?”
“잘 모르겠어. 별 느낌이 없는데?”
“느낌이 없다고?”
“응. 여기 누르면 무슨 느낌이 나야 되는 건데?”
“그걸 내가 모르니까 연습하고 물어보는거지 알면 뭐하러 하냐…;;;”
“그래? 다시 해 봐.”
“어때?”
“아까랑 똑같이 누른 거야?”
“그런 거 같은데 왜 이상해?”
“흠…아까는 조금 아팠는데 지금은 더 아픈 거 같기도 하다.”


“힘은 뺀 거지?”
“뺀 거 같은데 이게 힘을 뺀 건지 안 뺀 건지 모르겠어.”
“하….. 다른데 하자. 다리 쪽 한다. 연속해서 쭉 할테니까 좀 잘 느껴봐봐.”
“알았어.”
“(연속으로 마사지 한 뒤) 다리 한 거 어때?”
“(대답 없음)”
“여보! 다리 한 거 어떠냐고.”
“(자다가 깨서) 어? 뭐라 그랬어?”
“잤어?”
“미안…ㅋㅋㅋ 졸려.”
“걍 자라.ㅡㅡ;;;”


자주 이런 식이었는데 이걸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게, 전철 타고 집에 오면 12시 반이 넘은 데다가 씻고 배고파서 암거나 대충 먹고 연습하면 새벽1시30분인데 집사람은 야행성이 아니라서 12시 넘으면 비몽사몽이고 그런 사람을 붙잡고 연습하려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단지 뼈의 위치만 확인하고 각각의 부위를 눌렀을 때 기분이 나쁜지 안 나쁜지 정도의 정보만 얻었고 배운 순서를 익히는 상대로만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전철 안에서는 눈 감고 순서를 계속 복기 했어요.

이러면서 지내다가 3주가 채 안돼서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이 많아 관리사가 한 명 모자랄 때 전신 관리에 다시 투입되기 시작했는데 어리버리하기도 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크게 힘도 안 들고 나름 요령도 생기면서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하긴 해도 나름 마사지할만하다는 생각과 초보니까 처음에는 고생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자기 위로를 하면서 약 3개월을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명동까지는 편도 2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좀 줄여보자는 생각이 들어 마사지 이직을 위해 수원쪽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중에 초대형 샵 한 곳에 구인 공고가 떠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면접을 보러 간 그 곳에서 마사지가 할만하다는 저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나버림과 동시에 명동은 천국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사부를 만나는 기회도 됐습니다.

마사지 이직하기전 쓴 맛을 보다

마사지 이직 어려움

집에서 차로 30분정도 거리인 곳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100평이 넘는 대형샵이였습니다. 도착해서 여자 원장과 면담을 했는데 경력자 뽑기가 힘들어서 초보자를 한 번 뽑아보면 어떨까 싶어 공고를 낸 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추가로 이런 저런 질문과 대답이 몇 번 더 오고 간 후에 데모를 좀 해야 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데모가 뭐냐면 마사지사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하는 실전 테스트라고 보면 됩니다. 마사지샵은 거의 다 이력서를 안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출할 서류가 아예 필요 없습니다. 대신 실제로 가게 원장이나 대표자가 마사지를 받아보고 손 맛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서 고용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명동에서도 데모는 안 했는데 처음 하는 거라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원장이 불러서 가보니 물리치료사 유니폼을 입은 남자를 소개했는데 우리 가게 에이스이니 이 사람한테 데모하면 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비웠습니다. 딱 보니 180이 넘는 키에 덩치는 내 두 배쯤 되고 인상도 까칠해보였어요. 바로 따라오라고 해서 1인실 룸으로 들어갔지요.


“데모 해 봤어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까 목하고 어깨부터 풀어보세요.”
저는 명동에서 하던 대로 목 어깨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날아온 한 마디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하시는 거 맞나요?”
“(전 순간 당황해서) 네. 맞는데요…;;;”
“그럼 목 어깨 말고 허리 풀어보세요.”
“네…”
그리고 5분도 안 지났는데
“종아리 풀어보세요.”
“네…”
그리고 1분 정도 지났을까… 이 사람이 그만하라고 말하면서 일어나더군요.


“경력이 얼마나 됐죠?”
“2개월이요.”
“2개월 간 어디서 일했어요.?”
“명동이요.”
“하…(한숨 쉬면서) 마사지 어디서 배웠어요?”
“강남 000에서 배웠는데요.”
“거기에서 이렇게 가르쳐요?”
“네…;;”
“내가 다시 엎드릴테니 허리를 본인이 가진 힘을 다 써서 한 번 눌러보세요.”
“네?…;;”
저는 시키는 데로 있는 힘을 다해서 엄지 손가락으로 죽어라 눌렀습니다. 그 사람은 더 세게 눌러보라고 했고 전 이게 최대로 누른거라고 했지요. 그리고 다시 일어서더니
“휴…미안한 말이지만 이 테크닉가지고 이 정도 압으로는 여기서 일 못해요. 다른데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라고 말한 뒤 나가버렸습니다.

순간 저는 충격 먹고 벙~찐 상태가 됐습니다. 그리고 수치심이 올라오고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기분이 더러워서 흐르는 땀 대충 닦고 카운터로 갔는데 원장이 저를 부르더니 미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체념하고 인사하고 나왔는데 흡연구역이 보이길래 담배나 하나 피고 가자 싶어서 계단으로 올라가니 나를 데모 했던 그 사람이 담배를 피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순간 그냥 갈까 생각했지만 다른데서도 면접을 봐야 하니 뭐가 정말 문제인지 물어나 보자 싶어서 그 사람 옆 자리로 가서 앉았습니다.


“담배 하나 피워도 될까요?”
“네. 피우세요. 근데 몇 살 이세요?”
“서른이에요.”
“마사지 하기 전에 뭐하셨어요?”
“그냥 회사 다녔는데요.”
“그럼 회사 계속 다니시지 뭐하러 힘든 마사지를 하시려고 그러시는지?”
“그냥 재밌어보여서요.”
“결혼은 했어요?”
“네.”
“헐…의외네요. 마사지 하는 사람들 중에 결혼한 사람들 별로 없는데.”
“그렇구나…저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요?”
“네. 뭐…”
“제가 마사지 일을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아까 명동에서 하셨다고 했는데 명동하고 여기는 완전히 틀려요. 명동은 일해봐서 잘 아시겠지만 외국인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보통 부드럽게 받아서 본인은 할만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한국사람들은 안 그래요. 압도 너무 약하고 본인 체중 이동도 제대로 못하는 거 같고 신체 부위를 컨택 할 때 지점도 정확하지 않아요. 그리고 엄지만 써서는 일한다 해도 얼마 못 가 관절 망가져서 마사지 못합니다. 처음에 배울 때 잘못 배운 것도 있어요.”
“그럼 제가 압이 딸린다는 게 체격이 작아서 그렇다는건가요?”
“아뇨. 그쪽보다 더 마른 여자들도 마사지 잘만하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단지 몸의 체중을 실어서 압을 넣는 게 부족하고 근력도 조금 더 키워야 되고 이론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당장 여기서 일을 못한다는 거죠.”


“그럼 다시 명동으로 가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건가요?”
“명동가면 당장 일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력은 별로 안 늘겁니다. 차라리 한국 사람 상대하는 가게 중에 단가가 아주 싼 곳으로 가서 일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가게 찾기가…”
“그건 본인이 발품을 많이 팔아서 찾아야죠. 그럼 전 다음 예약 있어서 먼저 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도대체 압이 얼마나 세야 한다는 소린가… 어디 가서 일할 곳을 구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다시 명동으로 가기도 그렇고 더 심란해졌습니다. 그러다 아까 그 사람이 에이스라는 얘기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다시 가게로 가서 원장을 만났습니다.


“어? 집에 안 갔어요? 간 줄 알았는데?”
“저기 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할 말이 뭐에요?”
“저 여기서 아까 저 데모했던 분한테 배우면서 일하면 안 되는지 여쭤보려고요. 무보수로 해도 괜찮거든요.”
“아니 결혼해서 가정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무보수로 하겠다고요? 안 사람 되시는 분이 뭐라고 할 텐데?”
“그건 상관 없습니다. 저 분한테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음…본인이 그렇다면 나야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저 사람이 누굴 가르치는 걸 싫어해서 의견을 물어봐야죠.”
“그럼 원장님 잘 좀 얘기해서 설득 좀 시켜주세요. 제가 진짜 이걸 하고 싶은데 다른데 자리 찾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아서요. 제가 급해서 그러는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하…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네. 그럼 내가 얘기해 볼테니 일단 집에 가세요. 전화로 연락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꼭 부탁 좀 드릴게요.”

이 순간만큼은 진짜 애처롭고 간절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다른 곳에 면접 보러 가도 또 비슷하게 면접에서 탈락하게 되면 마사지가 하기 싫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저 사람한테 배우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자존심 버리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기다리는데 저녁에 원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그 선생이 확답을 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마사지 하는 사람 중에 드물게 결혼해서 가정도 있는 사람이라 성실할 것 같고 본인이 무보수라도 열심히 하겠다는데 이런 사람 흔하지 않으니 내가 일단 출근하게 한다고 말은 했어요. 겪어보고 가르칠지 말지 결정하라고요. 그러니 내일부터 10시까지 출근해서 천천히 해보기로 합시다.”
“아~감사합니다.!!”
이 때 기분은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만감이 교차했거든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보자 싶어서 저질렀는데 기회가 생겼으니 운 좋다는 표현을 써야할까요? 집사람한테는 무보수로 일한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 그래봐야 몇 달 일테니 괜찮다고 이해해줬습니다.

[3편 마사지 초보를 노린 사짜]

0 0 vote
도움이 되셨다면 이 콘텐츠를 평가해주세요.
구독
알림
guest
0 Comments
인라인 피드백
모든 댓글보기